2009/10/28 03:23

슬픈 이야기 몇 가지 국소지향

1. 내 머리가 이상해진 줄 알았다. 네 개 천원 하는 잉어빵과 한 개 오백원 하는 계란빵을 사서, 5천원과 5백원을 아저씨께 드리고 4천원을 받아 집에 왔는데 봉지에는 잉어빵 두 개와 계란빵 하나가 들어 있길래. 계산보단 문제를 해석하는게 더 짜증나지만 어쨌거나 공 세개씩 쉼표로 끊지 않으면 결국엔 계산이 삑나고 마는 관리회계 문제를 여섯 시간 내내 들여다보고 집에 오다가 그랬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아직 5장 다 못 풀었어, 썅!) 그런데..... 이러면 (2/4)*1000 + 500은 천원어치 상품인데 내가 낸 것은 (5000 + 500) - 4000 = 1500원이니까 분명 내가 오백원을 삥땅당한 거 맞지?

보통 이런 일 있으면 집에 와서 막 화가 치밀어 오르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아저씨가 날 어리숙하고 생각한 걸까 에이 설마 그냥 실수겠지...라는 화를 삭이기 위한 무한 루프가 시작되어야 했는데 사실 그렇진 않고, 그냥 슬프다. 많이 지쳐있나 보다. 근데, 잉어빵 시세가 천원에 네 개 맞지? 가격표 잘못 본 건 아니겠지....


2. 그런데도 다섯 시간 뒤에는 일어나야 한다. 남은 시간은 다섯 시간인데 왜 5장은 아직도 이렇게 많이 남은 걸까. 게다가 내일은 MIS 공부하느라 이래저래 한 네 시간 잘까 생각 중인데. 이번 시험기간의 전반부는 생각해서 푸는 과목들이 이래저래 역습을 들어오고 후반부엔 단순노무 과목들이 피곤하게 구는구나. 하나씩 섞었다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하지만 시험은 학생 마음대로 일정 정해서 보는 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안 될 거야 아마.


3. 제동이가 아직 예열이 덜 되었단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믿고 싶다) T1저그가 소문처럼 약한 건 아니긴 하지만 적어도 박재혁에게 그렇게 철저하게 당하는 건 좀 아니잖니.....ㅠㅠ 독립연산이 가능한 뇌가 세 개 정도는 있어도 될 거 같이 바쁜 몸이시지만 포모스에 들어갔는데 이제동 vs 박재혁을 철저하게 분석해둔 마니아칼럼이 있었다. 읽다 보니까 두 배로 슬퍼졌다. 저렇게 철저하게 당하다니! ㅠㅠ 티운저그를 이렇게 만들다니 박용운은 성큰옹 정도는 되는 마신이 될 기질이.... 그리고 이제 '제자의 역습' 정도의 타이밍으로 하태기를 바르는 것이겠지.


4. 이런 와중에 인간관계의 외연이 삐그덕 삐그덕. 분명 연락 안 한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꽤 자주 문자가 왔는데, 문자라는 것들이 하나 같이 나에겐 '어쩌라고'라는 식의 I-know-U-R-not-interested-in-such-things-but-I-wanna-keep-in-touch-anyways 문자들이었으므로 가차없이 씹었다. (....잘했다는 소린 아니다) 그 쪽 또한 힘든 일이 있었나보더니 학교 사람이라 계속 연락하는 공통 지인을 통해 압박이 한 번 들어오더니 급기야 바쁜 줄은 알지만 뭔가 반응을 보여달라는 문자가.

뭘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 쪽 성격도 있고 내 성격도 있고 해서 분명 이렇게 서로 위치가 다른 입장에서 계속 실없는 내용 만으로 소통을 하려다간 필연적으로 내가 버티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분명 양해를 구했고, 그럼에도 그 쪽에서 계속 연락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굳이 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은 것이다. 아, 단순히 바쁠 것이라면서 양해를 구한 부분에서 잘못이 있었군.

아무튼 휴학생이 보내는 실없는 문자를 받을 때마다 조금씩 쌓였던 짜증이 저 최후통첩같은 문자를, 그것도 시험기간이 피크에 달한 지금 기간에 골라 받고 나니(그 쪽은 나름 시험도 끝났을 텐데 왜 이러나 하고 보냈겠지) 당장에라도 전화해서 연락하지 말라며 욕을 하고 싶은 저열한 기분이 들어버려서. 지금 그랬다가 나중에 절대로 후회할테니까 일단 참고 있다. 이래서 죽고 못사는 연인이라도 한 쪽이 놀고 한 쪽이 팍팍한 삶을 살면 절대 헤어진다는 소리가 있나 보다. 이렇게 바쁘게 보내는 학기는 이번 학기가 처음인지라 더더욱 학교 사람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의 거리 유지가 힘들다. 대개 내가 연락하지 않고 그 쪽 또한 거의 연락하지 않는 것으로 '우린 바쁘니까'라는 소쿨한 신사협정을 맺기 마련이지만. 그게 안 되는 경우도 있는 법이지.


5. 결국 참지 못하고 포스팅을 했는데, 하고 나니까 잘 수 있는 시간이 네 시간 반으로 줄었다. ㅠㅠ 시험기간 동안에 사실 블로그를 끊을 수도 있겠단 생각까지 했는데. 끊긴 개뿔! ㅠ


6. 쓰고 보니 5번이 제일 슬픈 것 같아!

7.

이제는 내 우울의 원인이 되어가고 있는 친구랑 술먹은 지난주 토요일이, 특히나 밤을 새면 항상 생각난다. 차라리 자주 나오지 않고 편지만 쓸 수 있다면, 오히려 내가 녀석이 사회에 대해 붙잡고 있는 거의 유일한 동앗줄이란 생각에 얄팍한 자기만족이라도 느낄 수 있겠지. 하지만 7주마다 한 번이란 시간은 너무나도 애매하다. 편지 세 통이 오가면 녀석이 한 번 밖으로 나온다.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단 얘기를 생각하면 무슨 생각을 하다가도 우울해진다. 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니. 거기 있었던 거 정확히 두 배만큼 더 있어야 하는데. 그리고, 너희가 떠나고 너희와 나는 달라질 뿐이란 생각에 니들 붙잡고 그런 하소연이나 하는 나에게까지 왜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거니, 마음 아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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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벨제브브 2009/10/28 10:32 # 답글

    친절한 나님은 일편단심 마을처녀마냥 너님에게서 문자가 오는 걸 기다리고 있을 뿐이고ㅇㅇ
  • 친한척 2009/10/30 02:41 #

    ....그래서 했잖아요.
  • 세츠다 2009/10/28 15:00 # 답글

    힘내세요. 고난 뒤에 복이 올 겁니다.
  • 친한척 2009/10/30 02:41 #

    올지도 모르겠어요. 안 와도 죽는다는 건 아니고 (...)
  • 큰별아씨 2009/10/28 20:56 # 답글

    힘내요 척오빠
  • 친한척 2009/10/30 02:41 #

    님하가 오빠라고 부르는 한 힘내는 날은 없을 듯.....
  • inthePark 2009/10/29 16:10 # 답글

    사실 제목이 반가워서 들어왔긴한데.. 여튼 집중해서 일 잘 보시길 바래요.
  • 친한척 2009/10/30 02:42 #

    사실 저 etwas Einfaches라고 써야 하는 건가 엄청 고민되고 있었어요. 문법상으로 Einfaches라고 써야 하는 거 맞죠? ㅠㅠ 응원 감사해요.
  • inthePark 2009/10/30 18:37 # 답글

    글쎄요, 앞 뒤 무슨 말이 올 지 몰라서 무엇이 맞다고 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둘 다 말은 되고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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