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28 00:41

당신을 이탈리아 르네상스 전문가로 만들어 주겠다! 만연, 장식, 화려

당신을 북경 전문가로 만들어 드립니다.

당신을 이탈리아 르네상스 전문가로 만들어 드립니다.
한글로 번역 안 된 연대기 자료, 해외 석학들 연구자료 같은 거 읽어볼 필요 없습니다. 매뉴얼만 숙지하시면 됩니다.

일단 이탈리아 르네상스사 전문가가 되기 위해 좋아해야 하는 도시와 사람, 중요 사건이 좀 있습니다.

도시를 얘기할 때 피렌체나 베네치아 꼽아선 안 됩니다.
그런 도시를 꼽는 것은 다른 이탈리아 전문가들에게 무시당할 수 있습니다.
제일 무난한 도시는 페라라나 만토바 정도입니다. 그게 어디 붙어있는지 몰라도 괜찮습니다.
그저 데스테 가문이 영향력을 가졌다는 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아말피 같은 곳 이야기하면 대접받습니다.
라벤나는 베네치아에게 발린 주제에 로마 말기 유적만 믿는게 재수없다고만 하십시오.

사람을 얘기할 때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보단 벨리니, 체사레 보르자보단 카를로 젠, 로렌초 메디치보단 알레산드로 대공을 꼽으셔야 합니다.
이도저도 싫으면 교황 바오로 3세 정도 괜찮습니다.
좀 유명한 사람 중에서는 마키아벨리를 타겟으로 잡고 취직도 못한 조트병신이었다고 까대며 구이차르디니를 좋아하십시오.
눈물을 글썽거리며 모두가 군주론이 전쟁론 아류인줄 알았던 시절 '마키아벨리보다 더한 마키아벨리스트' 구이차르디니의 위상을 추억하며 그 시절에 개념이 있었다고 말하면 당신은 이미 전문가!
남부 사람들 중에서는 그저 '나폴리의 페데리코는 유능한 군주였지' 하면서 고개나 몇 번 끄덕여 주십시오.

중요 사건 이야기 할 때, 절대로 로마 멸망 이런 이야기 하시면 안 됩니다. 뉴비라고 까이고 까입니다.
무조건 프랑스 침략, 그것도 샤를 8세 때 프랑스 침략입니다. 프랑스병이 이탈리아 사회에 준 영향력을 어찌 범인이 이해하겠냐고 한탄하십시오.
그 때도 교황 알현한 이야기 같은거는 식상합니다. 밀라노 정벌 이야기 정도 가능합니다.
너무 아비뇽 유수 얘기만 하지 마시고, 라테란 공의회나 테오도시아스 조약 얘기도 하십시오.
콘스탄티노플 함락이 미친 영향에 대해선 그걸 꼭 영향이라고 봐야하는지 되물어만 주십시오.
그리고 캉브레 동맹 얘기 정도 하시면 됩니다. 유일무이한 이탈리아계 강국 베네치아가 이 사건으로 망가졌다고 한숨 정도는 쉬어줘야겠죠?
마지막으로 죽기 전에 파도바를 방문해서 베네치아가 필사적으로 연합군을 막아낸 현장을 눈으로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시면 전문가 인증으론 먹히고도 남습니다. 가봤자 페라리 박물관이나 있지만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그저 볼 것도 없는 대도시 가는 여행자들 개념 없다고 까시기만 하면 됩니다.

예술 이야기 하려면.... 단테의 신곡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절대 안 됩니다. 조토 정도가 괜찮겠네요.
조토가 얼마나 옛날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다른 평범했던 예술가들과 확실히 다르긴 다르다고 슬쩍 웃으며 얘기하면 됩니다.
피렌체 공방 이야기 나오면 분야마다 너무 사람이 다양해서 한 사람만 꼽긴 어렵다고만 하십시오.
화풍 얘기라면 무조건 베네치아 화파 찬양하십시오. 베네치아 화파가 어디서 인기였는지는 몰라도 됩니다. 심지어 그림 한 번 본 적도 없어도 괜찮습니다.
걍 댓글마다 '티치아노 틴토레토 ㅎㄷㄷㄷ' 하시면 됩니다.

히버트의 <메디치 가 이야기> 얘긴 절대 하지 마십시오. 완전 뉴비 취급만 받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역사책 중에 뭐가 제일 재밌었냐는 질문에
부르크하르트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나 노리치의 지중해 문명사 얘기 하시면 안 됩니다.
진짜 괜찮고 참신한 책들은 국내에 도무지 나오질 않는다고 시크하게 말해주세요.

대충 이 정도입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대 시오노 나나미 책 읽고 나서 이탈리아사에 관심 가지게 되었다고 고백하지 마십시오.
캐무시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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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avoury 2009/06/28 09:48 # 답글

    시오노 나나미 읽고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1인;;
  • 친한척 2009/06/28 11:49 #

    ㅠㅠ 사실 저도 그게 시작이었지요 (....) 한 때 나나미 눈화 책이란 책은 다 골라 읽으면서 동인녀적인 심미안을 길렀던 때가 (....)
  • savoury 2009/06/29 07:14 #

    동인녀적 심미안, 아주 훌륭하시다는. +_+_+_+_+_+_+_+_+_+_+
  • 친한척 2009/06/29 10:47 #

    역사공부에 필수적인 것은 빠심과 동인녀의 눈. orz
  • organizer™ 2009/06/28 11:46 # 답글

    "웃어봐요" ㅋㅋㅋ

    바로 윗분. '캐무시' 당하는 1 순위 확정입니다... 하하하.
  • 친한척 2009/06/28 11:49 #

    orz. '캐무시'로 ㄱㄱ....
  • savoury 2009/06/29 07:15 #

    흑흑... ㅜ_ㅜ
  • organizer™ 2009/06/29 08:05 #

    savoury / ㅎㅎ

    전 암 것도 모르고 단 덧글이랍니다... [용서와 함께 자비를~] ;;;;;;
  • nine 2009/06/28 11:46 # 삭제 답글

    지금까지 제가 본 전문가 매뉴얼 시리즈 중에서는 제일 내용이 충실한데요?!
    마지막의 책 파트에서 대공감합니다 ㅋㅋㅋ 저도 뉴비지만 그래서 웬지 더 웃기네요 ㅋㅋ
  • 친한척 2009/06/28 11:51 #

    르네상스에 관심가지신 분들 중에서 시오노 나나미 책/메디치 가 이야기에서 시작하지 않으신 분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린 누구나가 체사레 보르자와 마키아벨리의 오덕호모스러운 이야기로 시작했던 것이지요 orzorz 이 매뉴얼 내용이 충실한 것은 어디까지나 충실한 템플릿을 제공해주신 savoury 님의 덕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
  • 른밸 2009/06/28 12:30 # 답글

    제 또래(20대 중반)의 대부분은 시오노 나나미 책 보고 시작한것이지요...저도 한 때 시오노 나나미가 진리인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ㅠㅠ
  • 친한척 2009/06/28 14:10 #

    아아.... 그 시절 ㅠㅠ 왠지 저에게도 손에 잡힐듯한 그 옛날 ㅠㅠㅠ 괘 괜찮습니다 전 아직도 나나미 아줌마의 르네상스 서적 전권을 초판(큰 판본)으로 소장중...ㅠㅠㅠ
  • FELIX 2009/06/28 16:43 # 답글

    ㅋㅋㅋㅋㅋ
  • 친한척 2009/06/28 16:47 #

    티치아노 틴토레토 ㅎㄷㄷㄷ
  • 소금인형 2009/06/28 22:19 # 답글

    페데리고 다 몬다펠트로
  • 친한척 2009/06/28 22:22 #

    우르비노의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라면 알고는 있습니다만, 갑자기 이렇게 이름 하나만 던져주고 가시면 뭘 어쩌라는 건지요….
  • 은사자 2009/07/02 12:12 # 답글

    으하하하하하.. 아..이거 정말 대박이다.. 특히 전 이탈리아 손님들이나 바이어들 맞으면서 예전에 써먹던 것도 있어서 좀 찔리기도 했어요. 아말피 이야기하면 정말 대접받죠..안색부터 달라진다는..게다가 캉브레 동맹!!! ㅋㅋㅋㅋ 저기에 하나 더한다면 절대 이탈리아 와인을 이야기하면서 몬탈치노를 이야기하면 무시받는다는 거..^^
  • 친한척 2009/07/04 17:07 #

    어허 와인 시리즈는 따로 쓸거에요..... orz 한 30년 지나고 와인 좀 마셔보고 나서 말이지요. (....) 몰랐는데 전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을 포스팅한 모양이군요?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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