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26 21:24

인천 차이나타운, 10월 26일 만연, 장식, 화려




며칠동안 간다, 간다 주변에 공수표만 남발하고 날씨는 안 따라주고. 하지만 다행히도 연휴 마지막날 날씨가 좋아서 갈 수 있었다. 아침 일찍 간다고 공언해 놨었는데 그랬으면 오히려 추워서 무사귀환은 불가능했을 듯.

알람 꺼버리고 늦게까지 자버린 내 무의식 만세.



우리 집 - 5호선 우장산역 부근 - 에서 차이나타운이 있는 인천역까지는 최근 개통된 공항철도를 경유해서 갈 때 그나마 빠르다. 절대적인 거리는 멀다고 할 수는 없는데 5호선에서 신길까지 갔다가 신길에서 1호선 타고 다시 인천으로 가야 하니까. 비록 세 번 갈아탄다고 하더라도 김포공항 -> 공항철도 계양 -> 인천1호선 부평 -> 1호선 인천역이 낫다. 편도 에누리 없이 한 시간 삼십 분.

처음 내리자마자 있어야 할 패루가 사라졌다. 석패루로 새로 세울거라던데, 올해 내로 세운다던 신문기사와는 다르게 물어보니 언제가 될지는 모른단다. 보기보다 가파른 길을 천천히 오르면서 이것저것 다 카메라로 찍어봤다.

아, 이 길에 있는 물건은 완전히 올라갔을 때 직각으로 교차하는 길보다 같은 물건이라도 더 비싼 거 같았다. 애초에 비싼 걸 파는 게 아니니 100원 200원 차이지만, 그 100원 200원 비싸게 주고 샀을 때 마음 상하면 아깝지 않을까.

훠궈를 팔거나 도자기 술 이런 것들 파는 집들을 지나쳐서 올라가면 바로 보이는 목좋은 곳에 유명한 청요릿집 대청관과 자장면의 원조라고들 하는 공화춘이 있다. 그 오른쪽으로는 제일 큰 거리면서, 중국집과 아랫길보단 조금 물가가 싼 집들이 모인 차이나타운 제1거리. 이 곳이 화려하기도 제일 화려하다. 정비가 가장 먼저 끝났기 때문인 것 같다.

이 거리 끝에 있는 대창반점에서 메뉴판엔 없는 맑은 짬뽕을 먹었다. 맛있었다. 굴소스랑 간장으로 맛을 냈나? 면도 얇고 질기다.

2거리에서 볼 것은 우리나라 유일의 화교 학교인 중산학교와 월병, 공갈빵으로 유명한 복래춘. 복래춘은 바로 옆이 공사중이고 밖에 아무 것도 내놓지 않아서 문 닫은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문 밀고 들어가면 된다. 공갈빵 1000원, 월병은 4개 3500원. 은근히 비싸다. 많이 사기엔 부담되는 가격. 정작 나는 조금 사면서도 카드를 써버렸지만....

3거리는 그야말로 한중문화원이 없었다면 안 갔을 것이다. 한중문화원에서는 실망했다. 너무 빈약하다. 유일하게 좀 재밌었던 것은 '중국관련서적'에 윤** 님의 한제X건국사가 7권만 있었다는 거겠지. 대체 왜....? 아 물론 중국이 나오긴 하지. 나오는데....

오히려 더 나은 건 구 18은행 자리의 근대건축박물관. 레포트 컨셉도 이 쪽으로 잡기로 하고 필기도 열심히 했다...만, 아무래도 작은 팜플렛 말고 더 두꺼운 도록이라도 좀 팔거나 아니면 인터넷 자료라도 좀 만들었으면 한다. 뭐 이건 나중에 좀 더 쓰고.

그리고 나서는 공자상이 있는 조계거리를 올라가서 삼국지벽을 보고(이건 사진이 없다... 왜 안 찍었을까) 자유공원에 올라갔다. 미국수교100주년비, 맥아더 상 등 골고루 보고 내려왔다. 내려오다가 재미있는 건물도 몇 개 발견했다. 제물포구락부나, 아니면 관광안내소 같은 것들.



전반적으로 느낀 건..... 중구가 관광 메카로 변하려면 아직 좀 멀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차이나타운 자체의 크기가 작다는 건 아니다. 저거보다 더 작은 걸로도 우려먹는 세계적인 관광 메카 많다.

다만 활용을 너무 못한다. 일단 내가 중구청의 관광 담당이었다면 차이나타운과 근대 개항기 건물 관광루트를 연결짓겠다. 그리고 지자체로서도 수익이 날만할 정도로 서비스를 제공하는거다.

일례로 옛날 외국인들이 모여서 놀았던 클럽인 제물포구락부는 지금 3개월마다 나라 하나씩 돌아가면서 소개하는 요상한 전시처로 바뀌어 있었다. 근데 정말로 내용이 없다. 이번 달은 이탈리아라는데 가서 뭔가 이탈리아스러운 것을 하나도 보고 온 기억이 없다. 건물은 아기자기하고 예쁜데.

이런 건물은 적극 활용해야한다. 안 그래도 바가 그대로 남아있더라. 그럼 좋다 이거다. 원래 클럽이었으니까 여기에도 간단한 바라도 열고 3개월마나 나라 바꿔가면서 그 나라 전통술이랑 음료를 제공하는 거다. 물론 수지타산은 적당히 맞춰서 너무 비싸지 않을 정도로 제공해야겠지. 술을 팔면서 그 나라가 서구열강이었다면 우리나라 개항과의 관계를 정리해서 설명하는 교육자료를, 아니라면 그 나라 나름의 개항 역사에 대한 교육자료를 비치하는 거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왜 있는지 알 수 없는 직원 한 명 달랑 두고 별 시덥잖은 물건들 전시나 해두기엔 그 아기자기하고 아취있는 건물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근대건축박물관만 해도 그렇다. 들어가자마자 불독같은 얼굴로 출구는 저 쪽이라면서 사람을 밀어내는 정직원 한 사람에 하는 일이라곤 인천항 탁본뜨기 옆에서 종이를 제대로 맞추고 긁으세요라면서 무슨 로또복권 도우미같은 소리나 하는 부하직원 한 사람. (헥헥 길다) 이렇게 인력낭비 할 필요가 없는데. 게다가 여기 있는 자료는 솔직히 도록 한 권이 나올텐데 그런 도록조차 없다는 점이 너무 미비하다.

자유공원 올라가는 길에는 적당한 팻말 하나 없고, 가서도 길 헤매기 십상이고. 하다못해 여기 망원경이라도 설치하고 항구 사진 파노라마라도 붙여놓으면 수입이 꽤 될텐데.

아, 내가 이렇게 수입원에 집착하는 거 같은 이유는 간단하다. 어떤 유물 유적이건간에 자생적인 수입원 없이 정부 지원만으로 유지하기엔 너무 벅차다. 적어도 납득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직원 인건비 정도는 유물 유적에서 나올 수 있어야 제대로 돌아간다는 게 내 신조다.

정부 지원비로는 개보수비용 대고 컨텐츠 제작에 힘써야지, 그 돈으로 나는 조낸 교육받은 엘리트인데 현실이 팍팍해서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숙제하는 고딩 레폿쓰는 대딩들 얼굴이나 쳐다보고 있으니 적당히 귀찮게 하지 말고 저 쪽에 있는 입구로 꺼져주시지?라는 포스를 아낌없이 풍겨대는 불독같은 아줌마 월급을 줘야 쓰겠는가. 구석에 있는 출구도 손 좀 보고, 컨텐츠도 좀 보완하고.

뭔가 야심차게 돈 타내서 중구청 딴에는 노력한다고 했을텐데 별로 성과를 보지 못할 거 같아서 안타깝다.

아, 그리고 또 하나 불편한 것. 차이나타운에서 돈 뽑기 너무 불편하다. 적어도 메인거리 쪽에라도 ATM 하나 정도는 세워줬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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