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18일
<음주가무연구소>: 노다메 작가 얘긴 빼자
음주가무연구소니노미야 토모코 글, 고현진 옮김 / 애니북스
나의 점수 :
<노다메 칸타빌레> 작가의 풋풋했을(?) 때의 에세이 식 연재. 그 옛날 4권으로 마무리지었던 <그린>의 소재가 된 시골 생활이 이 책 말미에서 시작된 것으로 나오니 그 얼마나 오래된 만화인지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애니북스의 고급스런 포장과는 다르게 내용물을 보면 조금 컬쳐쇼크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야기 패턴이 참 어디서 많이 본 거 같다 싶으면서도 4차원스럽다. 각각의 이야기는 조금 긴 4컷 만화같다는 느낌이다.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의 확장판이랄까. 대충 이야기의 느낌은 이렇다.
1. 니노미야 토모코는 음주가무연구소의 소장이다. 어느 날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꽃놀이를 가고 싶었다. 그런데 틀어박혀서 원고 마감을 해야 했다. 마감을 끝냈다. 그래서 마셨다.
2. 니노미야 토모코는 음주가무연구소의 소장이다. 전날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기고 나서 온갖 뽑기란 뽑기는 다 뽑아왔다. 다시는 필름이 끊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연구원들이 그 결심을 듣더니 억지로 끌고 나갔다. 그래서 마셨다.
3. 니노미야 토모코는 음주소녀였다. 초등학교 때까지 이웃집 아저씨들과 말술로 즐거이 교류했다. 중학교 때는 검도소녀여서 술과 잠시 소홀해졌다. 고등학교는 혼자 도쿄로 진학했다. 그래서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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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걸 '그래서 먹었다'로 바꾸면 <사랑이 없어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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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렇긴 하지만 내내 이런 얘기만 진행되는 건 아니다. 판타짓스러운 영업 2과의 이야기라던가 음주가무연구소 2부의 또다른 이야기도 있다. 이것들도 만만찮은 문제작이긴 하다. 대체 영업 2과는 잠을 언제 자지? (....) 2부의 경우엔 대단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결론이 <그래서 마셨다>가 아니다. (웃음).
(사실 저걸 '그래서 먹었다'로 바꾸면 <사랑이 없어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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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간단하게 말해서 막장인생 보며 웃고 즐기는 술자리틱한 분위기 개그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나처럼 이런 개그를 즐기는 막장인생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이런 류의 개그는 한 명의 팬을 만들 때 두 명의 안티를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애니북스가 이 책의 전면에 '노다메 작가의 음주~' 어쩌구를 붙여서 팔기로 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런 결정이다. 뭔가그래도 스토리라인이란 게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드는 멘트 아닌가? 어디까지나 저 얘기는 띠지에 작은 글씨로 '니노미야 토모코(노다메 칸타빌레)의 음주외길 X년!' 정도로 참았어야 했다.
사실 잡지 연재분을 이런 식으로 모아서 자기 나라도 아닌 우리 나라에서 프리미엄급의 만화책으로 출판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진 않다. 시장 상황이 솃이고 그걸 타개하기 위한 블루오션을 개발해야 하긴 하지만 이건..... 좀w 이랄까. 까봤을 때 알맹이가 별 거 없으면 그만큼 실망하고 안 찾게 되는 것이 블루오션이니까.
아,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분명 좋고 재밌는 만화였다. 단지 그걸 팔아먹는 방식이 조금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저 위의 스토리를 보고 조금이라도 끌렸다면, 사라. 하지만 제대로 알고 사라. 하고 싶은 말은 이 정도다.
ps. 사실 이걸 보고 어제 내 술자리는 어느 정도로 막장스러워질 수 있을 것인가를 시험해보기 위해 일부러 '달렸다'. 후배들이 일일호프를 하길래 네 사람이서 20분 만에 소주 여섯 병을 비운 다음 얼른 자리 비워주고 나왔다. 그리고 간 당구장에선 천장에 (친구가) 구멍을 뚫을 뻔 하고 나는 4구에서 빡을 다섯 번 냈다. 상대편에게 하도 깐죽대서 큐대로 (친구가) 때릴 뻔 했다. 만화방에선 누군가 바닥에 스플래시를 할 뻔 했고 누군가는 혼자 레몬홍차를 여덟 잔을 마셨다(두 시간 동안!). 저 둘 다 나라곤 얘기하지 않겠다. 마스터 키튼을 보는데 11시가 가까워지자 나는 밤을 달리는 소년소녀가 되자고 친구들을 슬슬 꼬셨고 그래서 우리는 다시 술자리를 열었다. 이번엔 여섯 명이서 네 병을 두고 게임해서 다시 30분 만에 다 먹여버렸다. 참고로 난 한 잔도 안 마셨지만 애들 먹이면서 분위기에 두 배로 취해버린 것 같다. 후배 친구들 있는 곳에서 고성방가에 욕질에 별 짓은 다 나왔다. 누군가 주의를 기울였다면 우리 학교가 못 논다는 얘기는 다시 할 수 없을 거다. 근데 11시 30분이 되니까 거짓말처럼 머리의 스팀이 슬쩍 빠졌다. 그 때 집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방향이 같은 친구 한 명을 빼돌려 나왔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대중교통 아슬아슬 타이밍에 집에 간다는 임파서블 미션에 도전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래서 집에 오니까 한 시 반. 하지만 택시는 타지 않았고 나는 승리했다.
저 책은 <술자리에선 따라하지 마세요>라는 경고문이 메인 카피여야 했다. 나라도 경고한다.
<절대 따라하지 말 것>.
# by | 2008/05/18 01:55 | 감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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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도 제 주변 반응은 노다메나 그린에서 온갖 희한한 걸 봐와서 그런지 작가의 이런 면에도 크게 부담을 가지지는 않는 것 같더라구요.-.-;; '절대 따라하지 말 것'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합니다. ㅠㅠ;